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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20

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부조리를 인식한 인간은 왜 그럼에도 살아가는가 알베르 카뮈는 『이방인』과 『페스트』를 통해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질문을 던진 작가다.“세상은 왜 이렇게 무의미한가”, “그럼에도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시지프 신화』는 그 질문에 대한 카뮈 사상의 본편에 해당하는 책이다. 소설이 아닌 철학 에세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방인』의 뫼르소와 『페스트』 속 인물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가 비로소 이해되기 시작한다.이 책은 왜 ‘자살’로 시작하는가『시지프 신화』의 첫 문장은 꽤 충격적이다. “철학의 유일하게 진지한 문제는 자살이다.” 카뮈는 인간이 세상에서 느끼는 부조리—즉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과 아무런 대답도 주지 않는 세계 사이의 충돌—를 정면으로 다룬다. 그렇다면 질문은 하나로 압축된다.“이렇게 부조리한 세계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2026. 2. 10.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리뷰|패배하지 않는 인간의 존엄에 대하여 늙은 어부와 텅 빈 바다에서 시작된 이야기『노인과 바다』는 쿠바의 작은 어촌에서 홀로 살아가는 노인 어부 산티아고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84일 동안 단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한 채 바다로 나갑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불운한 노인이라 부르지만, 소년 마놀린만은 여전히 그를 존경하며 곁을 지킵니다.이 소설의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노인은 먼 바다에서 거대한 청새치를 낚고, 며칠에 걸친 사투 끝에 그것을 죽이는 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귀항길에 상어 떼가 몰려들어 결국 고기는 뼈만 남게 됩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실패담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어떻게 패배하지 않는 존재가 되는가를 보여 주는 이야기로 읽힙니다. 바다는 적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다산티아고에게 바다는 싸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는 바다를 .. 2026. 2. 5.
프란츠 카프카 『심판』 리뷰|이유 없는 죄, 끝없이 지연되는 정의 심판』은 어떤 소설인가프란츠 카프카의 『심판』은 어느 날 갑자기 체포된 은행원 요제프 K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는 죄목도, 고발자도, 재판의 목적도 모른 채 절차에 편입됩니다. 그러나 이 체포는 감옥으로의 구금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유지한 채 진행되는 모호한 심문과 조사로 이루어집니다. 카프카는 이 비현실적인 상황을 통해, 인간이 이유 없이 제도 속에 편입될 때 어떤 방식으로 무력화되는지를 섬세하게 보여 줍니다.이 소설은 법과 정의를 다루지만, 실제 법률 소설이라기보다 존재 조건에 대한 우화에 가깝습니다. 요제프 K는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지만, 동시에 설명 없는 세계에 던져진 인간 그 자체를 상징합니다. 죄목 없는 체포, 그러나 이미 시작된 판결『심판』에서 가장 불안한 요소는 체포 자체보다도, 체포.. 2026. 2. 4.
프란츠 카프카 『변신』 리뷰|한 인간이 벌레가 되었을 때, 세계는 무엇을 증명했는가 『변신』은 어떤 소설인가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어느 날 아침, 평범한 외판원 그레고르 잠자가 벌레로 변해 있다는 충격적인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이 기이한 사건은 설명되지 않습니다. 원인도, 해결책도 제시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이 진짜로 다루는 대상은 변신 자체가 아니라, 변신 이후 인간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는가입니다. 카프카는 초현실적인 상황을 통해, 오히려 현실 세계에서 인간이 어떻게 대상화되고 배제되는지를 더 또렷하게 드러냅니다. 벌레로 변하기 전부터 이미 소외된 인간그레고르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입니다. 그는 원하지 않는 직업을 감내하며 하루하루를 견뎌 냅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삶을 비극적으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 속에서 자신의 피로와 고통.. 2026. 2. 4.
김훈 『칼의 노래』― 영웅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이순신 김훈의 『칼의 노래』는 우리가 교과서와 기념관에서 만나온 이순신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진 작품이다. 이 소설은 승리의 서사도, 민족 영웅의 일대기도 아니다. 오히려 전쟁 한복판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의심하고, 스스로를 소모해 가는 한 인간의 내면을 집요하게 따라간다.이 작품이 오래도록 독자에게 남는 이유는, 이순신을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불안과 고독 속에서 책임을 견디는 인간으로 그려내기 때문이다. 영웅 서사를 거부하는 소설『칼의 노래』는 독자가 기대하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를 철저히 비껴간다. 화려한 전투 묘사나 통쾌한 승전의 장면보다, 소설의 대부분은 침묵과 사유, 그리고 고독으로 채워져 있다.이순신은 이 작품에서 명령을 내리는 장군이기보다, 명령을 내려야 하는 상황 자체를 견뎌야 하는 .. 2026. 2. 2.
알베르 카뮈 『페스트』|부조리 속에서 연대는 어떻게 가능해지는가 왜 지금 『페스트』를 읽어야 할까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는 전염병이 도시를 덮치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지만, 그 핵심은 질병 자체가 아니라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부조리한 현실 앞에서 어떤 태도를 선택하는가에 있다. 이 작품은 고통을 설명하거나 위로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이 이유 없는 재난 앞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선택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는지를 조용히 묻는다.특히 팬데믹 이후의 세계에서 『페스트』는 더 이상 비유가 아니라, 실제 경험에 가까운 이야기로 읽힌다. 격리, 공포, 소문, 무기력, 그리고 일상의 붕괴는 많은 독자에게 낯설지 않다. 하지만 카뮈가 진짜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재난의 공포가 아니라,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서로를 대하는가라는 윤리의 문제다. 줄거리 핵심 요약 – 닫힌 도시에.. 2026. 2. 2.